제약사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출발한 정품인증제. 환자들은 알권리 확대라며 환영하는 반면 의사들은 처방권 침범과 오남용을 이유로 일부 반대 입장을 제기하고 있어 이를 도입하려는 제약사의 행보가 주춤하고 있다.

정품인증제는 말그대로 안전한 정품의약품을 투여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제도로서, 현재 다국적 제약사로는 한국엘러간과 녹십자가 시행하고 있다.

한국엘러간은 지난 2005년부터 9월부터 보톡스에 인증카드를 발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보톡스 외에 보푸입센의 디스포트, 한올제약의 중국산 BTXA, 태평양제약의 메디톡신 등 4개.

문제는 보톡스가 제일 먼저 출시된 탓에 모든 제품이 보톡스로 불리고 있어 한국엘러간으로서는 제품 차별화가 필요했다. 작년에는 보톡스라는 이름이 제품이름이라며 홍보를 벌였지만 일단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된 상태라 상황을 바꾸기는 어려웠다. 이를 대신한게 정품인증제 도입이다.

녹십자는 태반제제 ‘라이넥’과 ‘그린플라’에 대해 최근 ‘처방카드’를 도입했다. 앰플에 붙어 있는 정품 스티커를 붙일 수 있도록 하여 정품임을 보증하고 있다. 역시 여타 많은 혈액제제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물론 극히 일부 약물에만 적용돼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런 제도에 소비자(환자)들은 환영의 입장이다.소비자들은 그동안 어떤약을 어떻게 투여했는지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알권리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의사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될까봐 요구하지 못한 점을 한방에 해결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원하는 약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비급여 특성상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이왕이면 인증제도가 적용된 약을 선택하겠다는게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한 소비자는 “내가 알고 있는 약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라며 정품인증제의 확대를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제도취지는 수긍하면서도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부분이 대해서는 탐탁찮다는 반응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환자들의 무리한 처방권에 대한 요구다. 즉 충분한 상담도 없이 무조건 인증제 약물만을 투여하겠다는 환자가 나서게 되면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무시돼 약화사고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게 의사들의 주장이다. 나아가 의사·환자간 신뢰의 붕괴도 우려하고 있다.

오남용도 지적하고 있다. 의사들은 같은 성격의 의약품이라도 환자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처방을 달리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부작용과 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현장 반응에 제약사들은 난처한 입장이다. 해당 회사들은 친절한 상담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품인증제는 제약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히 백신제제를 공급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이러한 인증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품인증제 정착은 시간문제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