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해서 처방받아 용량을 크게 초과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감독기관은 개별 의료기관 처방 감시에 치중하느라 정작 개별 환자에 대한 안전 여부는 전혀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재희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중복처방실태’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 동안 발행된 처방전 42만1천351건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성분의 약물을 같은 날 중복해서 처방받은 환자가 18만8천593명에 달했다.

이는 한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처방을 받을 때 환자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어떤 약물을 처방받았는지 확인 없이 처방이 이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석결과 1월 한 달 동안 한 환자에게 같은 약물이 2건 중복 처방된 경우가 25만9천751건이며 3건 이상도 1만1천309건이나 됐다. 이 가운데는 같은 약물이 무려 51건까지 중복 처방된 사례도 확인됐다.

하루에 3건 이상 중복처방이 많은 약물은 알마게이트(3528건), 알리벤돌(3460건), 시메티딘(3240건) 등 약물치료에 수반되는 속쓰림을 완화하는 소화기관용 의약품들로, 이는 의료기관마다 치료 약물과 함께 제산제 등을 처방하는 관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일정량 이상 투여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수면제나 정신안정제의 중복처방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면진정제(수면제)인 ´´주석산졸피뎀´´의 경우 3건 이상 중복 처방된 건수가 2천113건으로 중복건수가 소화기관용 약물 3품목과 아세트아미노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았으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신안정제인 ´´디아제팜´´도 3건 이상 중복 처방된 경우가 1천175건에 달했다.

예를 들어 1972년생 A씨의 경우 ‘주석산졸피뎀´´을 51곳에서 처방 받았으며 1967년생 B씨는 같은 약물을 35곳에서 중복처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약물 부작용 취약계층인 노인과 영.유아 환자에게 중복 처방된 경우가 상당수에 달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체 중복처방 환자의 12.3%에 이르는 2만3천118명이 만 5세 미만의 영.유아였으며 60세 이상의 노인 환자도 전체 중복처방 환자의 38.6%인 7만2천827명이나 됐다.

더욱이 함께 쓰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이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처방돼 환자가 함께 복용하게 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 의원은 밝혔다.

전제희 의원은 “중복처방은 같은 약물을 과다 복용하게 돼 환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고 불필요한 약제비 지출을 초래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며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경우 중복 처방이나 함께 먹으면 위험한 약물처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