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년 사이 의료계에서도 눈에 띄게 나타난 ‘여풍(女風)’은 향후 10년 이내에 여의사가 남자 의사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로 확연하다.

특히 단순한 ‘여의사 증가’라는 의미를 넘어 수석합격과 같이 두각을 나타내는 여의사 비율도 증가하고 있어, ‘여풍’은 이미 의료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계에도 본격적인 ‘여성 상위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의사에 대한 불합리한 편견, 임신과 출산 등 불합리한 제반 여건을 개선하자는 사고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

의료계의 ‘여풍’은 먼저 의과대학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현재 여자 의대생 비율은 30%를 넘어섰으며 의과대학에서의 생활에서도 여학생들이 우수하다는 것이 사실로 굳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 의대생 사이에 “1등부터 5등까지는 모두 여학생 차지”라며 “얼마나 독하게 공부하는지 여자의대생은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될 정도다.

의사국가시험에서도 많은 수의 여의대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거나 합격률이 매년 상승하는 등 여풍을 확인케한다.

26일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한 제71회 의사국가면허시험 결과에서도 신규 의사면허자 3305명 중 여성은 1193명으로 36.1%를 차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면허를 받는 여의사 수는 2004년 27.7%(1043명), 2005년 31.9%(1074명), 2006년 37.2%(1299명) 등이었다.

더욱이 합격률에서는 여자가 전체 평균 88.5%보다 훨씬 높은 93.7%를 기록해 남자(85.8%)보다 성적이 높은 여학생들이 더 많다는 것을 나타냈다.

주요 대학병원의 인턴 및 전공의 모집에서도 여성은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며 전문의 자격시험에서도 여성들의 약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발표된 제50회 전문의 시험에서도 여의사는 전체 2803명 중 702명으로 25%를 차지했으며 26개 전문과목 중에서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9개 진료과에서는 여의사가 수석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매년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주요 대학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의과대학에서부터 뛰어난 성적을 유지, 국시 성적도 좋으니깐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인턴 및 전공의 모집에서 여성의 비율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과거와 다르게 수련 성적도 여의사들이 대체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물론 아직까지 흉부외과나 외과, 정형외과 등에서는 여성 비율이 적다”며 “그러나 소아과, 산부인과, 피부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에서는 여의사의 비율 증가는 물론 우수한 실력을 보이며 평균적인 나이보다 일찍 과장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 합격률은 남성보다 적지만 연수원 성적순으로 정해지는 판사나 검사 임용에서 여성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는 분석이다.

참고로 올해 판사 임용이 예정된 연수생 90명 중 여성은 64.4%에 달하는 58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어섰고 검사 역시 여성 비율은 44%에 이르러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단순히 여의사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 인턴, 전공의, 전임의까지 모든 과정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여의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도 하고 실제로 능력있는 여의사를 많이 접하다보니 이제는 여자 과장, 여자 병원장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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