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이라면 보통 희고 동그란 모양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알약의 외모도 점차 개성화 되고 있다. 특정 문양을 넣어 해당 질병에 먹는 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거나, 친절하게 약명을 넣는 경우도 있다. 또 같은 적응증이라도 모양과 색을 달리해 타 약과 구별하기 쉽도록 한 것도 있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약 외형에 변화를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식별을 용이하게 위해서다. 여기에는 경쟁 제품과 다르게 만들어 약만 봐도 특정회사를 떠올리게 하거나 특이한 색과 모양으로 환자와 의사들에게 제품을 각인시키는 등 다양한 전략이 깔려 있다.

한국MSD의 포사맥스플러스와 한국얀센의 현대약품의 제스트릴정은 식별을 용이하게 한 대표적인 예다. 포사맥스플러스는 약 겉표면에 뼈모양을 음각으로 새겨 넣어 뼈와 관련된 약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또 제스트릴도 하트모양이 새겨 있어 순환기 약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얀센의 스포라녹스는 오지지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대부분의 약과는 다르게 캅셀에 제품명과 회사명을 넣은 경우다.

외형자체를 재미있게 만든 제품은 GSK의 잔탁75mg정과 한독의 셀렉톨이 있다. 최근 제형이 변경된 잔탁은 가공한 다이아몬드를 옆에서 볼 때 나타나는 모양을 적용했고, 셀렉톨은 약 자체를 통통한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독특함을 추구했다. 그밖에 LG생명과학의 자트랄XL도 황색층 사이에 1개의 흰색층이 삽입돼 있어 옆에서 보면 햄버거 모양이다.

한국BMS의 간염치료제인 바라크루드와 GSK의 아반디아는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모양을 바꾼 경우다. 올 연말 출시 예정인 바라크루드는 보라색에 삼각형 형태인데 기존 제품인 볼록한 갈색형태와 확실하게 구별하겠다는 회사측의 전략이 숨어있다. 아반디아4mg도 오렌지색의 오각형을 채택, 둥근 모양에 흰색인 경쟁품과 확실히 구분시켰다.

색으로 구분하는 전략도 늘어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대표적. 강렬한 파란색인 비아그라에 비해 시알리스는 보색인 주황색으로 차별화했다. 또 레비트라와 자이데나는 각각 진한 오렌지색과 옅은 살구색을 채택하는 등 치료제지만 환자들의 선택이 높게 반영된다 점을 감안, 색을 통해서도 구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약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정부가 지시한 낱알식별제도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최소한의 식별표시를 요구하고 있는데 제약사들은 이왕이면 제품을 좀 더 알기 확실한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형과 모양, 색 변경은 작은 변화지만 그 파급효과는 크다”면서 “앞으로는 외형만 보고도 약을 구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