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세균은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질환에 관여한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균종과 메커니즘은 확실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화학연구소 생명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장내세균의 하나인 Fusimonas intestini(FI)가 비만과 고혈당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세포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했다.

인간의 장에 존재하는 장내세균은 40조개 이상. 이들은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분해와 비타민과 단쇄지방산 등을 생산해 건강을 유지시킨다. 하지만 장내세균총의 이상은 비만과 고혈당 등 대사질환을 비롯해 다양한 병태에 관여하지만 자세한 메커니즘은 확실하지 않다.

연구팀은 비만과 고혈당 마우스에서 분리한 Lachnospiraceae과(科) 세균에서 비만과 고혈당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장내세균 FI에 착안했다.

비만, 당뇨병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 각 34명의 분변 검체를 조사한 결과, FI 보균율은 비만과 고혈당 환자군에서 약 2배 높게 나타났다(70.6% 대 38.2%). 또한 보균자에서는 균수와 공복시혈당치 및 비만지수(BMI)와 비례했다.

FI 기능도 확인됐다. 무균 마우스에 대장균을 넣은 노트비오트(gnotobiote) 마우스와 FI를 동시 정착시킨 마우스를 대상으로 고지방 식이 후 상태를 비교했다.

그 결과, 대장균 정착 마우스에 비해 FI+대장균 정착 마우스에서는 체중과 내장지방 중량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혈중콜레스테롤치와 혈당치 모두 악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일반 먹이 투여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때문에 연구팀은 FI이 식사 유래 지방에 반응해 대사물을 생산하고 비만 병태를 악화시킨다고 추측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양쪽 마우스 분변에 든 수용성대사물(아미노산, 당 등), 지질대사물(지방산)의 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수용성대사물은 식사 내용에 상관없이 양쪽 마우스에서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반면 고지방 식이의 경우 FI+대장균 정착 마우스에서는 식사유래 트랜스지방산인 엘라이드산 및 포화지방산인 파르미틴산의 농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FI를 지방산 함유 배지에서 배양시키자 엘라이드산이 증가해 고지질 환경에서는 FI이 건강을 해치는 지방산을 생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장내세균에 의한 지방산 과잉 합성이 비만과 고혈압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장균에 지방산 합성 전사인자인 fadR 유전자를 과발현시켜 엘라이드산 등의 지방산을 대량 생산하는 세균주를 만들었다.

이 세균주를 무균 마우스에 정착시키고 고지방식을 먹인 결과, 대장균만 정착시킨 마우스에 비해 비만과 혈당치가 악화됐다. 따라서 세균 유래 지방산 합성은 비만과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임이 확인됐다.

한편 FI+대장균 정착 마우스의 혈중지방산 농도는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와 장내세균이 비만과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메커니즘의 하나인 '장관 장벽기능의 상실과 이에 따른 세균 유래 엔도톡신의 체내이행'이라는 가설을 세웠을 때 지방산이 장에 영향을 주어 비만과 고혈압을 간접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포와 세포막이 밀착하는 방식인 타이트 정션(tight junction)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량은 대장균만 정착시킨 마우스 보다 FI+대장균 정착 마우스에서 낮았다.

배양한 장관상피세포에 FI+대장균 정착 마우스의 분변지질추출물과 엘라이드산을 첨가한 경우에도 유전자 발현이 낮았다. 또한 엘라이드산을 비만 마우스에 투여하자 장관 장벽기능은 낮아지고 비만과 혈당수치는 악화됐다.

이러한 결과에 근거해 연구팀은 "FI이 생산하는 엘라이드산은 장관 장벽기능에 악영향을 주어 비만과 고혈압을 악화시킨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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