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는 뇌척수액과혈액을 분리하는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이 있다. 선택적 투과성이 매우 높아 혈액을 통해 운반될 수 있는 병원체와 혈액 속 잠재적 위험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보호기능이 치매 치료에는 방해가 된다. 치료 약물이 뇌에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전달량을 높이기 위해 고용량을 투여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런 가운데 뇌혈관장벽을 일시적으로 열어 치매 항체치료제 전달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의대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와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김혜선 교수 공동연구팀은 치매 유발 생쥐의 해마 부위에 위치한 뇌혈관장벽을 고집적 초음파로 개방해 항체 치료제 전달률을 8.1배 향상시켰다고 신경학 분야 국제학술지(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에 발표했다.

치매는 아밀로이드베타(Aβ)가 뇌에 쌓이면서 뇌세포가 파괴돼 발생한다. 최근 미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Aβ을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가졌지만 뇌혈관장벽 때문에 고용량을 투여해야 하는 만큼 부작용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다.

공동연구팀은 치매를 유발시킨 생쥐를 대상으로 뇌혈관장벽 초음파 개방수술 후 항체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를 증가시키는 방안을 조사했다. 앞서 장 교수는 전두엽의 뇌혈관장벽을 초음파 수술로 안전하게 개방하는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으며, 이 수술을 통해 Aβ 감소는 물론 행동심리검사에서도 일시적으로 치매 증상 호전을 확인한 바 있다.

연구팀은 생쥐를 뇌혈관장벽을 초음파로 개방수술한 군(수술군), 아두카누맙 투약군(약물투여군), 양쪽을 동시에 실시한 군(병행군)으로 나누고 치매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병행군은 약물투여군에 비해 아두카누맙의 뇌 전달량이 8.1배 많았고 Aβ 제거량도 2배 많았다. 수술군에서도 Aβ가 감소했다. 인지기능을 확인하는 Y-미로 검사에서도 병행군에서는 대조군(치매 생쥐)에 비해 인지기능이 약 40%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뇌혈관장벽 초음파 개방수술과 새로운 치매 항체 치료제를 병행하는 임상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치매의 근본 치료법이 없는 가운데 고집적 초음파수술을 이용한 뇌혈관장벽 개방수술은 치매 환자에 희망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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