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규-이태규신경내과

약물 금단성 두통(drug withdrawal headache)은 그 원인 약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치료가 쉽지 않을 경우가 종종 있다. 약물 금단성 두통을 일으키는 약제로는 뇌신 등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카페인 함유 약제와 카페르고트(cafergot) 등 에르고타민(ergotamine) 함유 약제, 그리고 미가펜, 마이드린 등의 혈관수축 약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제는 그 신체적 의존성으로 인해 매일 수 주 이상 먹으면 약물금단성 두통을 잘 일으킨다.
뇌신 등의 카페인 함유약제로는 언론매체의 대대적인 광고로 널리 알려진 게보린, 사리돈, 펜잘(이상 가나다 순)등 OTC약들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약물금단성 두통의 가장 흔한, 대표적인 원인이 이들 카페인 함유 약들이다. 이 중에 뇌신은 특히 시골에 사는 두통환자들이 많이 중독되어 있다.


두통 전문가가 환자 치료해야
약물금단성 유발 OTC약, 처방약으로 재분류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표적인 카페인 함유 OTC약은 엑세드린(exedrin)이다. 이러한 카페인,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 성분의 다양한 혼합약들이 미국에서 두통약의 OTC 판매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카페르고트 임신 중 절대 피해야

카페르고트(Cafergot)는 혈관 수축작용을 하는 카페인과 에르고타민이 들어 있어 복용할 경우 심한 약물금단성 두통을 유발한다. 카페르고트는 고혈압, 간 장해, 신장 장해, 뇌졸중 허혈성 심질환, 말초혈관병 등의 질환에 contraindication이고 임신중에 절대 피해야 하는 약이다.

에르고타민 제제의 다른 대표적인 약제인 methysergide(상품명 Sancert)와 D.H.E (dihydro-ergotamine)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에서 아직 판매되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가펜, 마이드린 등 OTC약으로 비교적 잘 알려진 이소메텐 뮤케이트(isometheptane mucate) 약제는 acetaminophen과 안정제(dichloral phenazone)가 같이 들어 있는 혼합제로서 전자가 혈관수축작용을 한다.

미국에서는 이 약을 Midrin이란 상품명으로 처방약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유사한 이름의 카피약들도 처방되고 있다. 이 약제의 혈관수축 정도는 한 정을 기준으로 카페르고트와 카페인 함유약제의 중간 정도로 보면 된다.

이미그란(Imigran, 성분명은 sumatriptan) 등 트립탄(Triptan) 계열 약물도 약물 금단성 두통을 일으킬 수 있지만,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값이 비싼 이유로 매일같이 먹기가 경제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워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매우 드물다고 본다.

이러한 트립탄계 약물로는 이미그란 이외에 나라트립탄(naratriptan), 졸미트립탄(zolmitriptan, 상품명 조믹), 리자트립탄(rizatriptan) 등이 있다.

반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에 의해 약물금단성 두통이 발병하는 지는 아직 논란이 있으나 약제의 종류와 용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두통을 잘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본다.

약물 금단성 두통 외국보다 많아

우리나라에서 약물 금단성 두통에 대한 신뢰할 만한 역학조사는 아직 없으나 선진국보다 상당히 흔할 것으로 강력히 추정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보건의약 행정이 국민 건강보다는 약사 편에 서서 정책을 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소메텐 뮤케이트 약제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이 약의 약물 의존 가능성 때문에 처방약으로 분류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처방전이 없어도 마음대로 약을 살 수 있는 OTC 약제로 분류되어 있다. 이렇게 약물금단성 두통을 일으킬 수 있는 약들이 OTC로 분류되어 있고 제약회사들이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기에 임상에서 상당히 흔히 본다.

약물 금단성 두통의 기전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이들 약물이 두경부 혈관에 수축 작용을 하다가 갑자기 공급이 되지 않으면(즉 약효가 떨어지면) 혈관이 팽창하게 되고 이에 따라 혈관벽에 분포한 삼차신경 분지의 신경말단nerve ending)이 자극을 받아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여 ‘신경인성 염증’(neurogenic inflam mation)이 일어나게 되어 결국 삼차신경-혈관계인 ‘trigemino-vascular system’을 활성화하여 두통이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물 금단성 두통의 특징 중 하나는 아침에 자고나서 가장 심하다는 것이다. 이는 수면시간동안 약의 혈중농도가 점차 감소되어 아침에 최저에 도달하기에 두통도 최고조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대개 환자는 자고나서 바로 두통약을 먹는 경향이 있다. 머리 전체에 걸쳐 박동성의 두통을 대개 호소한다.

약물 금단성 두통의 치료 원칙은 원인약을 바로 끊고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서 PRN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같이 사용하면서 환자를 추적, 관찰한다.

스테로이드의 사용량과 투여기간은 원인약제의 종류와 하루 투여량, 환자의 연령 및 몸무게를 고려하여 조절한다. 보톡스(Botulinum toxin)가 이론적으로는 도움이 되리라 보여지는데 아직 이에대한 연구논문은 저자가 아는 한 없는 실정이다.

약물 금단성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약을 처방할 때, 의사가 먼저 그 약에 대해 잘 파악하고 나서 그 약의 하루(daily) 및 한 주(weekly) 최대 투여 허용량을 정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약물 금단성 두통을 예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타 분야의 의료인이 난치성 두통 환자를 무리하게 보려하지 말고 두통전문가에게 환자를 보내는 것이 현명하다 본다.

문제는 OTC약제들인데 의약행정을 담당하는 관료들을 설득하여 약물금단성 두통을 일으키는 OTC약들을 처방약으로 재분류하는 일이 국민건강을 위해 시급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