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식품의약국(FDA)은 신속승인 프로그램으로 많은 약제를 승인했지만 항암제를 제외한 다른 치료약물에 대해서는 승인 후 실태가 검토된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일본 후쿠오카현립의대 연구팀은 프로그램이 시행된 1992년 이후 26년간 신속승인된 비암치료제에 대해 승인 후 확인시험 결과와 그 후 승인 상황 등을 평가해 미국의학회지(JAMA Network Open)에 발표했다.

암치료제 승인 후 조건만족 55%뿐

미FDA의 신속승인 프로그램 목적은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와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유행에 대응할 수 있는 신약의 신속 개발에 있었다. 지금까지 감염증과 암 등 중증 및 치명적 질환에 대해 대체 엔드포인트에 기초해 여러 약제를 승인해 왔다.

종양 관련 승인 약물 검토는 2018년 미FDA가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93개 적응증 가운데 승인 후 요건을 만족한 경우는 55%뿐이고, 그나마 5%는 취소됐다.

연구팀은 1992년 6월~2018년 5월에 미FDA가 신속 승인한 비(非)암치료 약물에 대한 후향적 코호트연구를 실시. 신속 승인된 약제의 승인 전후 시험의 공개데이터로 신속 승인 후 규제에 관한 변경(통상 승인으로 변경 및 블랙박스 경고 추가), 그리고 확인시험 완료 및 결과 발표까지 걸린 기간, 기타 특징 등을 검토했다.

75%가 53개월째 통상 승인으로 변경

26년간 57개 비암 적응증에 대해 48개 약제가 신속승인됐다. 분야는 HIV치료가 23개 적응증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감염증으로 7개다. 승인 전 시험은 93건이며, 86건은 승인 후 확인시험이 필요했다.

시험 전 승인과 확인시험은 각각 90%와 79%가 무작위 비교시험, 66%와 53%가 이중맹검법이었다. 대조군을 설정하지 않은 시험은 각각 9%와 13%였다.

승인 신청 후 승인까지는 7.8개월(중앙치)이 걸렸다. 57개 적응증 가운데 43개(75%)가 신속 승인 후 53.1개월(중앙치)째 통상 승인으로 변경됐다. 

철회된 적응증은 4개이며 이 가운데 임상적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된 경우는 1개뿐이었다. 27개 적응증에서 신속승인 후 248.6개월(중앙치)째 블랙박스 경고문이 추가됐다. 안전성 문제로 철회된 경우는 없었다.

포괄적 평가 확인에 10년 이상 걸리기도

확인시험 86건 가운데 17건은 미FDA 승인 후 요건을 충족족하지 못했다. 신속승인 후 확인시험 완료까지는 39.4개월(중앙치)이 걸렸다. 완료한 확인시험 중 56건은 신속승인 후 발표까지 52.5개월이 걸렸다.

확인시험 중 9건은 임상적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으며, 이들 시험에서 검토된 8개 적응증 가운데 입증 실패로 승인 취소된 경우는 1개뿐이며, 게다가 승인된지 136개월이 지난 다음에서야 결정됐다.

이번 검토에서는 신속 승인된 비암 치료약물의 4분의 3이 나중에 통상승인으로 변경돼 종양 관련약물 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비암 영역에서는 추적기간이 길고 종양 관련 승인 전 시험 디자인 보다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한편 확인시험의 5분의 1은 미FDA 요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신속 승인 후 블랙박스 경고 추가도 잦고 시판 후 중대한 안전상 위험이 종종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속 승인 프로그램으로 승인까지 약 4.5년 단축됐지만 신속 승인된 비암 관련 약물의 포괄적 평가에는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적절한 기간내에 확인시험을 마치고 위험을 해소하고, 임상적 이득이 입증되지 않으면 승인을 신속 철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