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질병 치료를 위해 좀더 빨리 약물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 신속승인제도다. 그렇다면 신속승인된 약물은 모두 높은 효과를 보였을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의대 커스틴 보킹어 박사는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신속 및 조건부 승인받은 약물을 코호트분석한 결과, 각각 39%와 38%에서만 높은 치료효과를 보였으며, 항암제에서 더 낮았다고 미국의학회지 헬스포럼에 발표했다.

박사에 따르면 신속승인이나 조건부승인된 약물은 늘고 있다. 특히 항암제에서 많지만 치료효과와 관련한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

최근 알츠하이머병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임상시험에서 치료효과가 낮았음에도 미식품의약국(FDA)이 신속승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반면 유럽의약품청(EMA)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이유로 승인을 유보했다.

이번 분석 대상은 2007~2021년 미국에서 신속승인된 약물 14개와 유럽에서 조건부 승인된 약물 58개. 독일과 프랑스, 캐나다의 의료기술평가기관 중 최소 1곳에서 기존 치료법보다 중간 이상으로 평가받은 경우를 고평가로 정의했다.

미국에서는 146개 약물 가운데 122개가 암에 적응증을 갖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58개 중 40개에 달했다. 미국에서는 추가적응증 52개 약물 중 50개가 암 적응증을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절반인 26개를 옵디보(니볼루맙)와 키트루다(펨부롤리주맙)가 차지했다.

고평가된 약물은 미국 90개 약물 중 35개(39%), 유럽은 56개 중 21개(38%)였다. 적응증 별(항암제와 비항암제)로 보면 미국에서는 항암제 75개 중 27개(36%), 비항암제는 15개 중 8개(53%)가 고평가를, 유럽에서는 각각 39개 중 12개(31%), 17개 중 9개(53%)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보킹어 박사는 "신속승인된 약물이 고평가되는 비율이 낮았다"면서 "승인을 입증할 만한 대체 지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