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대유행 우려를 낳고 있는 아프리카 풍토병인 원숭이 두창이 한국에 상륙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49명이다. 

일본과 한국에 이어 대만에서 환자가 발생해 아시아 지역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숭이두창은 신체 접촉뿐 아니라 호흡기로도 감염될 수 있는 만큼 추가 확산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 신체 허약과 면역력 저하로 발생률이 높아지는 대상포진과 증세가 비슷해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대상포진과 원숭이두창의 공통점은 전염성 수포질환이다.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후 몸에서 없어지지 않고 신경절에 잠복해 있는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에 손상을 주며 활동하는 질환이다. 

신체 허약, 면역력 저하, 만성피로,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다. 고령일수록 암,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겪으면서 발생 빈도가 높아, 50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5년 증가율을 보면 30~40대 발생률도 두드러지고 있다.

최초 증상으로는 감기 기운과 함께 특정 부위에 심한 통증이 동반돼 몸살 감기나 단순 근육통으로 오인하기 쉽다. 가려움증과 찌르는 듯한 통증, 붉은 발진, 수포와 농포도 발생한다. 이러한 발진은 등, 허리, 옆구리, 엉덩이, 눈, 귀 등 신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발생할 수 있다.

신경을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수두와 차이가 있다. 강남유나이티드병원 채수민 원장[사진]에 따르면 신경이 손상되면 감각이 떨어지는데다 회복도 어려워 극심한 신경통이 후유증으로 남는다. 

발생 부위에 따라 청력손실, 실명, 안면신경까지 마비될 수 있어 발생 72시간 내에 항바이러스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 손상이 심하면 신경차단술로 통증을 조절하고 감각 기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연구소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붙여졌다. Monkeypox virus에 감염되는 급성 발열 발진성 희소 질환이다.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을 시작으로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풍토병이 됐다. 2003년 이후 여러 국가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 됐지만 지난 5월 이후 영국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 세계 각국으로 퍼지고 있어 의료계가 팬데믹을 우려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동물과 사람, 사람과 사람, 감염된 환경이 사람으로 전파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의 혈액, 체액, 피부, 점막 병변과 직간접적인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으며 잠복 기간은 21일이다. 비말이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전파도 가능하지만, 밀접 접촉이 아니면 전파력이 낮다.

최초 증상은 발열, 두통, 요통, 근육통, 근무력증, 림프절병증이다. 통상 1~3일 후에 얼굴 중심으로 발진이 나타나다가 다른 신체 부위에 확산한다. 원숭이두창 진단은 혈액이나 가피(딱지) 등을 채취해 유전자검출검사를 이용한다. 

감염자는 지금까지 상용화된 치료제가 없어 격리 입원해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받거나 자연 회복을 기대해야 한다. 방역 당국은 7월 중 원숭이두창 치료에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 500명분을 도입할 예정이다.

채 원장은 "대상포진과 원숭이두창의 공통점은 요통, 근육통이 먼저 나타날 수 있으며 발진 후 가피 형성 후 탈락한다는 점"이라면서도 "하지만 대상포진은 신경을 따라 침범하며 감각신경을 침범할 때는 통증이, 운동신경을 침범할 경우 마비가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상포진 발진은 국소적 부위에 띠 모양을 보이는 반면 원숭이두창은 머리부터 손가락, 발가락까지 사지에 병변이 많은 원심성을 보이며 림프절이 비대해진다. 수포의 경계가 명확하고 중앙이 파여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해외 보고 사례에서는 성기와 항문에서 주로 관찰된다.

대상포진 치료나 예방 접종은 가까운 통증의학과에서 받을 수 있다. 원숭이두창 의심 증상이 있다면 방역 당국의 제2급 감염병 지침에 따라 24시간 이내 의료기관 방문이 아닌 질병관리청 콜센터(1399)로 신고해야 한다.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여 의심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은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 후에는 보건소나 119구급차를 이용해 시도별로 지정된 입원치료 격리병상에 배정되며, 검체 채취와 환자 치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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