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일 과장

치매는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상태를 가리킨다. 즉 치매는 질환 명칭이 아니라 특정 조건에서 여러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증후군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이해해야 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70가지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여러가지로 세분된다.

치매 형태는 알츠하이머형이 전체 치매의 약 73%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뇌졸중 등 뇌혈관 손상으로 인한 혈관성으로 11%를 차지한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를 명확히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도 뇌혈관 병변이 동반되거나 혈관성 치매에서도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병리 소견이 발견되면서 병리적 특징이 혼재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매우 서서히 발생해 점진적으로 악화되며,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이전 상태로는 회복할 수 없는 비가역적 질환이다. 그러나 뇌혈관 병변이 동반되면 혈관성 치매 처럼 증상이 조기에 심하게 나타나며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아직까지 혈관성 치매 전용 치료약물은 없기 때문에 뇌혈관 병변을 동반한 알츠하이머 환자에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과 NMDA 수용체 길항제인 메만틴 등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약물 치료는 최대한 빠르게 시작할수록 환자의 건강한 상태를 최대한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도네페질은 인지기능 개선과 더불어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 이상행동 개선 등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됐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혈관 병변이 있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도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치매에서는 인지기능개선약물 치료 외에도 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등 혈관성 위험인자까지 관리하는 통합적 관리는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악화를 방지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치료전략이다. 

많은 사람들이 암보다 무서운 질환으로 꼽는 치매의 치료 목표는 약물로 진행을 늦추고 현재의 건강한 생활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매 초기부터 전문의와 면밀한 상담과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 질환을 파악하고, 치매 유형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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