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인 이주연 교수
진료 중인 이주연 교수

남부 지방의 봄꽃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조만간 중부 지방까지 올라오겠지만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꽃 알레르기 질환이 복병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은 외부환경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보호에 가장 취약한 신체기관이다. 그러다보니 기온, 습도, 공기질 등 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4~5월은 따뜻해진 날씨로 외출이 잦아지고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 등 환경적 요인에 더해지면서 안구질환자가 늘어난다. 명지병원 안과 이주연 교수로부터 봄철 발생하는 안구질환 증상과 치료에 대해 들어본다.

봄철 빈번한 알레르기 결막염 약 20%가 9세 미만

봄철 가장 빈번한 안구질환은 알레르기 결막염이다. 결막은 눈꺼풀 안쪽과 눈의 흰자위를 덮고 있는 점막으로, 이곳에는 면역체계와 관련된 다수의 세포들이 존재한다. 알레르기 반응으로 결막에 염증이 발생한 경우를 알레르기 결막염이라고 부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알레르기 결막염 진료인원은 2016년 약 194만명에서 2019년 약 204만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매년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의 약 20%가 9세미만으로 나타났다. 

충혈, 눈곱, 가려움 2~3일 이상 지속되면 병원 가야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이 간지럽고 충혈되는 것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눈곱이 많이 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가려움으로 눈을 자주 비비면 결막이 자극받아 부풀어 오르는 '결막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어 2~3일 이상 지속될 경우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의 흔한 유형으로는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건초열 결막염)과 비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아토피 결막염, 아토피 각결막염)을 꼽을 수 있다.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은 곰팡이 포자나 나무, 잡초, 풀, 꽃가루에 의해 4~6월에 주로 발생한다.

비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은 계절에 관계없이 집먼지 진드기에 의해 가장 흔히 발생하며, 미세먼지 등 환경 변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또 아토피 각결막염은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심각한 형태의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습진, 천식 또는 계절성 알레르기 과거력을 가진 5-20세 소아․청소년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안구표면, 염증상태 등 검사. 증상에 따라 다른 점안액 처방

알레르기 결막염은 세극등 현미경 검사와 안구표면 염색 검사를 시행해 결막의 염증 상태, 충혈, 각막 및 각막윤부의 이상 등을 진단한다. 또 피 검사를 비롯한 여러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유발물질(알러젠)을 확인한다.

알레르기 결막염 치료는 기본적으로 항알레르기 안약을 사용하고, 차가운 인공눈물과 냉찜질을 병행한다. 가벼운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점안액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심하면 항염증 안약(스테로이드 안약 등)을 추가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점안제는 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안과의사의 처방없이 1주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소아 환자에서는 비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자녀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있다면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내환기, 침구류 세탁은 '약', 콘텐트렌즈, 염색은 '독'

알레르기 결막염 예방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실내 환기와 침구류 빨래, 햇볕에 널어 소독해주면 도움이 된다. 다만 공기가 좋지 않거나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환기가 오히려 나쁠 수 있어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 창가에 붙은 꽃가루와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또 눈에 직접적으로 닿는 콘텍트렌즈는 사용을 피하고, 화학 물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염색(속눈썹, 머리), 과도한 눈 화장, 스프레이 등은 삼가는 게 좋다.

이주연 교수는 "봄은 겨울 내 참아왔던 야외활동 욕구와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 등 환경적인 요인이 맞물려 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계절"이라며 "특히 어린이는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자녀가 눈을 자주 비비거나 충혈 등의 증상을 보이는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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