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노년기에 발생하는 흔한 퇴행성뇌질환이면서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비가역적 질환으로 의료진과 환자의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의 표준요법으로 사용 중인 레보도파의 경우 5년 이상 사용하면 약 75%의 환자에서 운동동요, 이상운동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자이의 에퀴피나 필름코팅정 50mg(성분 사피나미드메실산염)이 올해 2월 출시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1일 1회 레보도파 부가요법으로 사용하는 에퀴피나는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을 함께 개선하는 것으로 확인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신약이 국내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퀴피나는 지난 2015년 유럽의약품청(EMA) 및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해외에서는 이미 자다고(Xadago)라는 이름으로 사용 중이다. 원광대병원 신경과 이상학 교수의 도움말로 향후 국내 파킨슨병 치료에 대한 에퀴피나의 역할에 대해 예상해 본다.

기존 치료제와 차별점 '이중작용 기전'

에퀴피나의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 대비 차이점은 도파민성 뿐만 아니라 비도파민성 신호까지 전달하는 '이중작용 기전'이다. 

파킨슨병은 중뇌 흑색질에 있는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소실돼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주요 치료 방안은 도파민 보충이다. 에퀴피나는 도파민 분해효소인 MAO-B(monoamine oxidase type B)를 억제해 도파민 분해를 제한하고 이용률을 높이는 MAO-B 억제제다. 

특히 기존 치료제 대비 MAO-A 대비 MAO-B에 1천배 높게 작용해 선택성이 높다. 나트륨(Na+) 통로를 차단하고 칼슘(Ca2+) 통로 개방을 억제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과다 분비도 조절한다. 

이처럼 에퀴피나는 높은 선택성 및 이중작용 기전을 통해 약물 상호작용의 영향을 줄이고 통증, 정서, 삶의 질 저하 등 파킨슨병 환자에 나타나는 비운동 증상을 개선한다고 보고됐다.

에퀴피나의 이중 작용 기전(한국에자이 제공)
에퀴피나의 이중 작용 기전(한국에자이 제공)

ON time 및 운동증상개선효과 확인 

파킨슨병 치료시 약물 효과가 나타나는 이른바 약효개시시간(ON time)과 약물을 복용했는데도 약효 지속시간이 짧아지고 불규칙하게 사라지는 약효소실시간(OFF time)이 발생한다. 

레보도파 부가요법으로서 에퀴피나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한 3상 임상연구 016과 SETTLE 연구에 따르면 위약 대비 이상운동증이 없는 Good ON time과 OFF time이 유의하게 개선됐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기능 평가지표인 UPDRS-III 점수 변화 분석에서 ON time시 점수가 유의하게 개선돼 운동증상이 개선됐다.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의 핵심, 비운동증상 개선도 확인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자는 우울감, 불안, 불면, 기억력 저하, 배뇨장애 등의 비운동 증상으로 삶의 질이 낮아진다.

국내 37개 운동장애 클리닉의 환자 3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98.1%(n=316/323명)가 비운동 증상을 겪고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피로(82.0%)였으며 이어 정서/인지(79.3%), 주의/집중(77.4%), 배뇨장애(73.7%) 순이었다.

에퀴피나는 비운동증상 중에서도 특히 통증, 정서, 수면, 배뇨장애 영역에서 유의한 개선효과를 보였다. 연구 016 및 018 통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에퀴피나는 위약 대비 PDQ-39 정서적 웰빙 점수와 우울증 평가 지표인 GRID-HAMD 점수가 유의하게 개선됐다. 

또한 운동동요증상을 보인 61명을 대상으로 에퀴피나 또는 라사길린의 수면장애 평가 지표인 PDSS2 점수로 개선 효과를 측정한 결과, 에퀴피나 복용군에서 베이스라인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운동장애 입원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에퀴피나의 배뇨 증상 개선 효과를 평가한 후향적 연구에서도 에퀴피나의 효과가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비운동증상 평가지표인 SCOPA-AUT 점수, 특히 요절박, 빈뇨, 요실금, 야간뇨 등 배뇨장애영역 SCOPA-AUT-U 점수가 베이스라인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원광대병원 신경과 이상학 교수[사진]는 "파킨슨병 환자는 평생 약물을 복용하며 질환을 관리해 나가야 하는 만큼 운동증상 개선과 함게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비운동 증상 개선 역시 치료의 중요한 목표"라면서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을 함께 개선하는 치료제의 등장으로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줄고, 환자의 존엄성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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