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

미식품의약국(FDA)이 우여곡절끝에 2021년 6월 8일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카누맙(aducanubab)이라는 획기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사용되어 오던 치료제들은 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그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약물이 아니고 병의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 또는 완화해주는 대증(對症) 치료제였다. 

그러나 이번에 승인된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원인이며 증상 악화에 관여하는 불용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베타단백(amyloid beta protein Aβ)을 뇌 조직 내에서 효과적으로 제거시킨다. 즉 병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근원적으로 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원인치료제라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이 약은 근본적으로 Aβ에 대한 항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환자의 혈관에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때문에 뇌조직에 쌓인 Aβ가 일시에 제거되면서 뇌혈관이 미세하게 손상되는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설사 증상이 없더라도 뇌자기공명영상(MRI)에서는 미세한 변화도 감지해낼 수 있기 때문에 치료도중 MRI 변화가 나타나면 투약을 중단해 심각한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아두카누맙에 대한 희망도 있지만 한계점도 있다. 병이 많이 진행된 중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에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치매증상이 심한 환자들에서는 기억을 포함한 우리의 인지기능을 관장하는 뇌 구조물이 회복불능일 만큼 파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철근 구조물이 낡아 무너져 내리는 건물을 콘크리트 땜질로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전공의로서 수련을 받던 시절에는 생존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 확지이 불가능헸다. 당시만해도 알츠하이머병의 확진은 치매로 사망한 환자의 부검을 통해 뇌조직에 Aβ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현미경적으로 확인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살아있는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PET(양전자단층촬영)검사로 Aβ를 확인할 수 있게 된데다 아직 치매 증상이 없는 사람, 예컨대 경도인지장애환자 등 향후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을 선별할 수 있게 됐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하기 전에 뇌 속에 Aβ가 쌓이는 사람을 미리 발견해 치료제를 투여하면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번 신약의 개발로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등장했지만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밖에 없다. Aβ가 쌓이지 않아도 발생하는 치매 환자군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속에는 Aβ 외 또다른 신경세포 독성 물질인 신경섬유원다발(타우 단백질이 과인산화로 생성)이 있다.

신경세포를 죽이는 직접적인 원인인 이 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돼야 진정한 알츠하이머병의 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으로 승인된 이 약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몇가지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치료 대상자의 선정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두카누맙의 치료 대상은 뇌속 Aβ가 존재하고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이다. 치료 시작 전에 뇌속 Aβ침착과 뇌혈관 병변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필수다.

둘째는 아두카누맙으로 치료해도 증상없이 부작용이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일정 기간마다 뇌 MRI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셋째, 알츠하이머병의 완벽한 치료제가 아닌 만큼 기존 치료제의 지속 사용과 함께 병의 진행 경과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지만 만만치 않은 진단 및 치료 비용의 문제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치료의 불평등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메디칼트리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